1. 나는 평소에 전쟁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왜 관심이 많은가?
대한민국 평범한 남성이라면 다녀와야 하는 군대를, 평범한 병사로 입대해 제대했다.
누군가가 이기고 지고, 큰 공을 세운 장군이나 장교들이 거론되는 '전쟁'이 아니라, 일개의 구성원이고 사병이었던
사람들의 전장에서의 삶이나 생활 방식, 그들만의 '전쟁' 궁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인,
아니 그 이하인 내가, 어쩌면 그러한 쪽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2. 그렇다면 왜 태평양 전쟁인가?
사실 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독일과 소련 등이 유럽에서 벌었던 전쟁을 떠올린다. 물론 유럽에서의 히틀러의 전쟁의 이야기나 사건들도 좋지만,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과, 비교적 가깝게만 느껴지는 미국의 전쟁이 이상하게 더 관심이
갔다. 물론 나는 과거의 일본은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군, 그중에서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개의 병사인, 일본군의 생활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어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태평양 전쟁이라고 한다면,
미드웨이 해전, 산호초 해전과 많은 전투기들의 교전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보다는 과달카날 전투, 오키나와 전투처럼 지상에서 벌어지는, 총과 칼에 의존하여 전쟁에서의 일개의 병사들의 삶이 더더욱 궁금했다. 평범한 병사들의 전장에서의 삶과 생활방식이 궁금했던 나는, 배를 타고, 항공기를 타는 비교적 세련된(?) 군인들 보다는, 군인들 중 가장 원초적인 전투현장의 군인들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일본 병사의 입장에서 쓰인 책을 찾고 싶었다. 앞서 말한것처럼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병사의 그 당시 삶이 궁금했고, 대부분의 미디어나 영화들은 승전국인 미국의 입장에서만 쓰여졌기 때문에 더더욱 일본군의 실상에 대해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인 병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은 찾지 못했지만, 그의 대체제로 미군 병사의 입장에서, 일본군을 상대한 책을 찾았고, 지금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3. 책의 내용은 어떻게 되는가?
책의 저자 유진 슬레지는 태평양 전쟁의 박격포병으로 참전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으며, 그 전쟁의 현장을 기록했고, 그 기록을 토대로 쓰인 책이 이 책이다. 맨 처음으로 투입된 전장은 펠렐리우 섬이며, 펠렐리우 섬 전투는 태평양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잘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촘촘한 방어선으로 목숨을 잃어가며 치열하게 방어했고, 모래가 아닌 산호와 자갈이 가득한 섬에 시체들과 병사들의 오물로 넘쳐났으며, 시체 썩은 내 등의 냄새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단순히 누가 이겼고, 지고의 큰 사건의 전쟁이 아닌 한 일개의 병사가 어떻게 싸웠으며, 어떤 전장의 환경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전장은 오키나와였다.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가까웠기 때문에 일본군들은 더더욱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오키나와에서 일본군들은 천연 요새인 땅굴을 이용한 방어선을 구축했으며, 더더욱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고, 결국 일본 본토에는 원자폭탄이 떨어지게 되었으며, 일주일 뒤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며 전쟁은 막이 내렸다.
4. 좀 더 현실감을 주는 디테일들


물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지만, 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거나 텍스트로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종종 이렇게 그림이나 사진으로 부연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에 더더욱 현실감이 살아났으며, 전장을 이해하기에 수월했다. 하지만 이런 글이나 사진이 가... 끔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임무를 지령받고 어디로 행군하고 있다는 내용을 텍스트로만 기재하는 경우, 그 당시는 텍스트로 지도를 읽고 이해하는데 능했을지 몰라도, 지도에 나름(?) 강하다고 생각한 나도 방향이나 위치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봤던 것들은, 인간 '개개인'이었기 때문이다. 역사가나 장군의 관점이 아닌 일개의 병사의 시점이다. 차가운 빗물을 맞으며, 전투식량에 들어가는 빗물이 더 많지만 먹어야 하는, 현장 경험이 없는 장교가 처음으로 발령을 받아, 몇 번이나 전장의 경험이 있는 병사들에게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리는, 그런 장교를 뒤에서 욕해대고, 해병대지만 몰래 해군 식당에 잠입해, 맛있는 해군 식사를 즐기는, 자신의 동료인 해병 시신을 미군의 해병대 사기저하를 위해, 성기를 잘라 입에 쑤셔 넣은 시체를 보고 분노하는, 자신의 천왕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일본군이 무자비하게 총칼을 들고 돌격해오는 장면을 날 것 그 자체로 바라보는, 일개의 병사, 일개의 병사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그 어떤 누구들보다 중요했던 핵심적인 일반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기에는 충분했다.